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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책]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by esstory 2014. 1. 6.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10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1905년에 태어나 이제 곧 100 세가 되는 못 말리는 어느 할아버지의 파란 만장한 삶을 다룬 책이다.

100 세 생일이 되는 날, 알란 할아버지는 자신의 생일파티를 준비 중인 양로원 창문을 넘어 도망간다.

재미 없고, 특히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양로원의 삶에 염증을 느낀 건데,

살아온 삶이 보통이 아닌 이 할아버지는 버스 터미널에서 고약하게 군 젊은 친구의 짐 가방을 훔치면서 또 다른 인생의 역사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메인 이야기는 책 제목에도 있듯이 "100세 노인" 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줄기는 알란 할아버지의 100년 인생 - 도무지 한 사람이 절대 겪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 이다.

그리고 짐 가방을 훔쳐 달아 나다가 살인을 저지르고 또 다른 인연들을 만나 함께 지내면서 겪게 되는 모험이 두 번째 줄기를 이룬다.

 

마치 "백년보다 긴 하루" 라는 책에서, 러시아 어느 철길 노동자 "까잔갑"의 죽음을 계기로, 그를 매장하기 위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묘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까잔값의 친구 예지게이 머리 속으로 계속 떠오르는 회상,전설처럼 이 책도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전개된다..

 

주인공 알란의 아버지는 아주 독특하신 인생을 사셨다.

철도 노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폭행에 연루되어 회사에서 잘린 후 사회주의 혁명을 꿈꾼기 위해 알란 모자를 버리고 러시아로 떠난다.

하지만 힘들게 번 돈으로 구입한 땅이 하필이면 그때 등장한 레닌 정부로 인해 국유화 되자 무정부 주의자를 선언하고 정부에 반항하다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다.

 

이때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알란의 어머니가 알란에게 남긴 말이 알란이 평생 살아가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정치적으로 쉽게 휘둘리던 아버지 알란과 달리

알란은 어머니가 들려준 얘기처럼 정치적인 주장, 종교를 멀리하고 사람과도 멀리 하게 되고, 부모 없이 혼자서 지내다 결국 어린 시절부터 정신 병원에 수용된다.

 

정신병원에서 풀려나 고향을 떠난 알란은 스페인 내전 > 프랑코 장군 목숨 구함 > 미국으로 건너감 > 핵폭탄 제조 비법을 과학자들에게 전파 > 미국의 부통령 해리 트루먼과 친구가 됨 > 중국으로 건너가 국민당을 도우려 함 > 생각이 바뀌어 히말라야를 넘어 이란으로 건너 감 > 이란 감옥을 탈출 > 러시아로 건너갔다 스탈린에게 잘못 보여 블라디 보스토크에서 5년 동안 노역 > 소련 탈출 북한으로 잠입 > 김정은을 울림 > 북한 탈출 > 인도네시아에서 평화로운 15년 > 파리 > 러시아로 넘어가 미국 스파이로 활동 > 고국 스페인으로 돌아옴 > 양로원으로 가게 된다.

 

이 책의 묘미는

저 말도 안 되는 100년 삶 동안 알란이 일관성 있게 보여주는 위기 극복 능력과 처세술이다.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절대 불평하지 않고, 상황을 받아 들이고,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낙관주의자 알란 할아버지를 통해 길고 긴 삶 속에서 우리가 겪는 작은 위기와 고민들을 어떻게 이겨 나가야 하는 지 책 속에 잘 그려 준다.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은 실존하는 역사와 교묘하게 얽혀 들어가는 알란의 인생사를 통해 유럽이 겪은 사상의 혼동, 이데올리기의 대립, 그리고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까지 책을 읽으며 따라 가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한번 알란의 어머니가 그에게 했던 말을 되새겨 본다.

오늘 하루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삶을 좀 더 멀리서 관조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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