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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이력서 써 본적이 언제였더라

by esstory 2007. 9. 30.

아직도 휴가 휴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일요일 오후,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다가 무려 10년도 전에 기록했었던 제 이력서, 자기 소개서를 발견했습니다.

종이가 하도 오래 되어서 누렇게 색도 변질되었고, 게다가 영문으로 작성(그 당시 외국인 회사에 넣었던 이력서였기 때문에)했던 거라 첨엔 이게 이력서인지 알아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제게는 지금 회사가 3번째 회사입니다.

처음 병특으로 회사에 입사할 당시에는 병역특례를 마치고 어떡해서든 좀 더 큰 회사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에 새벽에 일본어를 배우러 다니고, 주말에는 도서관으로 토익공부하러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네요.

그때는 미래가 불안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젊고 희망과 좌절이 많았던 그때 시절이 참 멋져 보이고 많이 그립네요.

 

하지만,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 이래로 거의 10년 동안 이력서 한번 써 본적이 없이 무사히(?) 살아 왔네요

어떻게 보면 이 회사가 너무 편했고 이직할 만한 다른 회사도 없어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참 많이 게을러지고 한군데 안주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의 교훈처럼 다른 주변의 변화를 주시하지 못하고 한 곳에 너무 오래 정착하는 것은 자칫 많은 것을 한번에 잃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그간 10년간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던가 정리해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10년 동안의 기억을 되짚어 보려 해도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군요.

아주 큰 프로젝트의 경우 몇 가지 예전 기록이 남아 있어 다행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이력서에 필요한 날짜, 프로젝트성격, 그 중 내가 주도적으로 한 일 같은 기본적인 것이 제도로 남아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나마 2004년부터 작성해 오던 프랭클린덕분에 2004년부터 지금까지의 자료는 거의 빠짐없이 기억해 낼 수 있었던 게 다행이더군요.

 

기억나지 않는 부분들은 대충 얼버부려서 전체적으로 94년부터 지금까지의 이력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작성한 종이 서너 장이 제가 지금까지 직장인으로써 살아온 증명서라고 생각하니, 참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99년인가, 조그마한 회사에서 그 당시에는 제법 큰 연봉으로 제게 스카우트를 제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비록 작은 회사이긴 하지만,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역시 이라는 무시할 수 있는 당근 때문에 사표를 제출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존경하던 저희 부서의 부서장님이 제게 돈보다는 제대로 된 Career Path로 향하고 있는 것인지 잘 생각하라고 조언해 주신 게 기억나네요.

그분의 말씀과 이런 저런 생각이 겹쳐 결국 그 회사를 포기했더랬습니다. (지금 그 회사는 없어졌더군요^^; 만약 그 회사로 옮겼더라면, 지금과는 참 많이 다른 길로 향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인생은 그래서 운칠기삼인가 봅니다 ^^)

 

앞으로 주기적으로 이런 이력서와 제 기록들을 잘 관리하고 업데이트 시켜서 좀 더 나은 Career Path를 쌓고 미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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