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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

윈도우8 사용기

by esstory 2012. 10. 19.

 

지난 8월부터 약 두 달 정도 윈도우8 RTM 버전을 사용 중이다.

처음엔 맥북에 윈도우 8 설치하면서 고생이 많았는데, 다행히 블로그로 댓글 달아 주신 고마운 분들 덕분에 부트캠프문제도 해결하고, 정품 키 등록도 해결했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 나올 윈도우 8 은 데스크톱/노트북 사용자만을 타겟으로 하지 않고, 태블릿 사용자까지 동시에 타겟으로 하고 있다.

태블릿과 데스크톱 OS를 분리하여 마이크로소프트만의 차별화를 가져오고, 하나의 기계에서 두 가지 경험을 모두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키보드/마우스로 움직이는 데스크톱/노트북사용자와 터치로 움직이는 태블릿 사용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두 달 동안 데스크톱에서 윈도우 8 를 사용해 본 느낌을 정리 해 본다.

 

사라진 '시작' 버튼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사라진 시작 버튼이다.

오랜 세월 윈도우에서 뭔가 하기 위해 가장 먼저 누르게 되어 있던 그 버튼. 이 버튼으로

  • "내컴퓨터"를 통해 탐색기를 열고
  • 제어판을 빠르게 접근하고
  • 프린트 후에 인쇄가 안되면, "장치 및 프린트" 로 들어가 인쇄 풀을 확인하고
  •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시작 메뉴에 등록해 두고 빠르게 실행하고
  • 윈도우 7 이전까지 Win + R 단축키로 "실행" 의 의미만 있었지만 윈도우 7 이 되면서 프로그램 실행 뿐만 아니라, 빠른 검색까지 해 주던, 윈도우 7의 완소 기능 "프로그램 및 파일 검색" 기능도 빼 놓을 수 없다. 예를 들어 "window update", "mspaint", "calc" 로 해당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도 하고, "공문" 식으로 원하는 단어가 포함된 문서를 찾기도 가능했다.
  • PC 를 끄거나 절전 모드로 보내는 기능도 하루 한번 이상 사용했었다.

이 중요한 윈도우 시작 버튼이 사라지고, 윈도우 8 의 시작 화면은 아래 그림처럼 대폭 변경되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윈도우 7 에서 맥 OS X 의 런치패드처럼 여러 프로그램을 펼쳐 사용하게 해 주는 XLanuchpad 를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윈도우 8을 설치하고 나니 이 프로그램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질 만큼 맥의 런치패드와 많이 닮았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앱들을 나열하듯이 바뀐 윈도우 8 의 시작 화면은 어쨌거나, 이전보다 빠르게 많은 프로그램을 배치해서 실행할 수 있다.

데스크톱의 윈도우 바탕화면이나, 프로그램 폴더에서 우측 마우스를 눌러 언제든 시작 화면에 등록할 수 있고

시작 화면에서도 우측 마우스 클릭해서 시작 메뉴에서 제거하거나, 관리자 모드로 실행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이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변해버린 윈도우 8 의 시작화면이 좋은 점도 있긴 하지만, 그 동안 익숙해 져 버린 시작 버튼과 메뉴들을 쉽게 찾아 갈 수 없다는 것은 곤욕이었다.

예를 들어 윈도우 탐색기를 열려고 습관처럼 윈도우 시작 버튼을 눌렀다가,

'아! 탐색기가 어디 갔지?' 하고 잠시 멍해 지는 식이다.

이제 윈도우8 에서 탐색기를 열려면

  • Win + E 와 같은 전문가용(?) 단축키를 써서 실행한다.
  • 윈도우 시작 화면 > 앱 모두 보기 > "내 컴퓨터"를 선택해서 시작 화면에 아이콘을 고정시킨다.
  • Win + X 를 눌러 펼쳐지는 팝업 메뉴에서 "파일 탐색"을 선택한다.

등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더구나 숨바꼭질처럼 아주 숨어 버린 "종료" 버튼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에서 따로 종료 버튼없이 Sleep 하드웨어 버튼으로 처리 되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둔건 알겠는데, 나 같은 데스크톱/노트북 사용자는 익숙하지 않은 깊숙한 곳에 숨어 버린 종료 버튼을 찾느라 인터넷을 뒤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윈도우8을 종료 시키는 방법은 아래 글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이처럼 '종료'를 위해서는 인터넷을 뒤져야만 한다는 게, 오랜 윈도우 사용자로서 참 서글프다.

윈도우 8를 시스템 종료(또는 다시 시작)하는 방법

 

윈도우 데스크톱과 메트로 앱들의 어설픈 연동

기존 데스크톱과 윈도우 8 스타일 UI 앱과의 연동도 아쉬움이 참 많다

처음 윈도우 8 을 설치하고 사진 폴더에 있는 사진을 보려고 클릭하니, 윈도우 8 스타일 앱의 하나인 "사진앱"이 실행 된다.

 

하지만 기본 사진 앱은 탐색기 내 다른 파일로 네비게이션이 되지 않고 해당 사진 한장만 달랑 보여주는 게 다이다.

다음 사진 보려면 다시 윈도우 탐색기로 돌아와 클릭하거나, 원하는 사진들을 사진 라이브러리에 추가한 다음, 사진 앱을 실행해서 사진 라이브러리로 찾아 들어가야 한다.

음악 앱도 마찬가지로 윈도우 탐색기와 궁합이 아주 별로다.

음악 폴더에서 여러 개의 파일을 선택하면 음악 앱으로 연결도 안 된다. (사진도 마찬가지)

달랑 파일 하나 선택해서 열어 보면 음악 앱이 죽어 버리거나 엉뚱한 재생 목록만 떠서 아예 포기.

결국 제대로 연동도 안되면서 두 세계를 디폴트로 연동 시켜 둬서 사용자만 골탕 먹인다.

 

윈도우 데스크톱의 세계와 윈도우 8 스타일 UI 세계는 제대로 엮이기에는 그 출신배경이 너무 차이가 나고, 사용 기술이 틀린데다, 앱 자체의 보안 설정 같은 게 차이가 나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크게 다르다 보니, 서로 주고 받는 데이터에 제한이 따른다.

그러니, 어설프게 윈도우 탐색기의 기본 사진/음악 연동 프로그램을 메트로 앱으로 보내버리면, 이전만 못한 사용자 경험만 주게 되고 윈도우 7 보다 오히려 후행하는 기분이다(어디까지나 데스크톱/노트북 사용자 입장에서)

그런 면에서, 두 세계를 하나의 OS 에서 따로/섞어 구현한 윈도우8 에 대해 시장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MS 는 정말 옳은 결정을 한 것일까?

 

Windows 8 UI를 디자인하면서 하룻밤 사이에 이런 모든 역사를 새롭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하는 작업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것만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태블릿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사용자도 보다 정밀한 제어가 필요하거나 개발 단계에 있는 중요 업무용 앱을 사용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아직까지도 랩톱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두 가지 장치를 가지고 다니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태블릿과 휴대전화용 '원격 데스크톱' 프로그램이 보편화되었지만, 새로운 형태에서 Windows 7 데스크톱만의 유용한 기능을 구현하기란 매우 어려웠습니다.
출처: 메트로 스타일 및 데스크톱 디자인

위 인용 글에서도 나타나듯 MS 의 기획자들도 참 많은 고민을 했을 거 같다.

이제 시장 반응을 기다려 보자. 윈도우 8 OS 와 새로운 하드웨어가 올 말이나 내년 초에 많이 쏟아질 테고 순차적으로 사용자의 반응도 알게 되리라.

 

빨라진 부팅속도

부팅속도는 확실히 빨라졌다. ^^;

부팅을 최적화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빨라 좋다.

 

 

강화된 보안

윈도우의 UAC 정책이 변경되었다.

예전에는 UAC 사용자 계정 컨트롤 설정을 최하로 낮출 경우 모든 프로그램이 관리자 모드로 실행되었었다.

하지만, 윈도우 8 에서는 UAC 정책이 변경되어 위 그림처럼 최하단계로 낮춰도 기본적으로 모든 프로그램은 어드민 권한이 아닌 중간 권한(medium integrity process) 으로 실행된다.

관련 변화에 대해서는 아래 글 참고

Important change to UAC when disabled with process integrity in Windows 8

 

이 말은 WinDBG 같은 개발자 프로그램들이 더 이상 그냥 실행해서는 Admin 으로 실행 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을 디버깅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매번 관리자 모드로 실행해야 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은 바로가기 속성 편집으로 권한 수준을 변경해야만 한다.

 

윈도우 8에서는 OS 자체에 백신 프로그램이 설치 되어 있다. Windows Defender 는 기존 Microsoft Security Essentials 가 해 주던 백신 역할까지 기본으로 챙겨주기 때문에 별도로 백신을 설치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윈도우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부분에서 백신 업체와 충돌은 없을지 궁금하다)

 

일부 윈도우 기본 프로그램의 변화

윈도우 탐색기에는 리본바가 기본 장착되었다.

공간은 좀 차지하지만, 역시 리본바가 들어가니 탐색할 때 명시적으로 선택 가능한 것들이 많아져 보기도 좋고 사용성도 나아졌다.

 

파일 복사할 때 UI 도 그래픽처리가 좀 들어 가서 오래 걸리는 작업이 조금이나마 지루하지 않게 되었고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할까 싶은 "작업 관리자"는 조금 쓸데 없이 공을 들였다 싶을 정도로 디자인이 좋아졌다.

 

 

 

윈도우의 타이틀바가 "왼쪽 정렬" 에서 "중앙 정렬" 로 변경되었다.

이 부분은 조금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증권 프로그램처럼 MDI CHILD 윈도우를 많이 사용할 경우 조그마한 창에 안 그래도 잘 안 보이던 타이틀 텍스트가 중앙 정렬로 인해 글자가 많이 잘려 보인다(창의 가로 크기가 적을 경우)

 

그 외 일부 중요 기능들은 Win + X 단축키를 통해 윈도우 시작 버튼의 기능을 일부 흡수 처리 할 수 있게 되었다.

 

PC 설정 동기화 기능

로컬 계정 대신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사용하면, 동일 계정을 사용하는 PC 끼리 개인화 항목을 동기화 할 수 있다.

윈도우 바탕화면이나, 색상설정 등과 같은 기본적인 데스크톱 항목까지 동기화가 되어서 하나의 PC 에서 설정을 변경하면 다른 노트북도 동일하게 설정 적용이 가능하다.

윈도우 배경 테마를 자주 바꾸는 편인데, 동기화가 지원되니 내 계정으로 로그인한 모든 PC 에서 동일하게 배경을 볼 수 있어 좋아졌다.

 

호환성 문제

금융 프로그램들이 설치하는 각종 보안 프로그램들은 OS 깊숙이 들어 있는 디바이스 드라이브 변화에 민감하다.

윈도우 8의 경우에도 데스크톱의 변화는 크게 없지만 실제적으로는 하부 구조에 많은 변화가 있어 각종 프로그램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지 확인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 사용하는 보안 프로그램도 문제가 있어 업체로부터 윈도우 8 용 패치를 제공 받을 예정이고, 보안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기존 프로그램들에서 문제가 없었던 코드가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윈도우 8 에 기본 탑재된 IE 10 에서 제대로 로그인이나, 상품 결제가 되지 않는 금융 사이트, 쇼핑몰도 많다.

덕분에 F12 키를 눌러 IE 호환성 보기 모드를 매번 설정해야 하는 것도 귀찮은 일 중 하나인데, 제발 웹 표준 좀 지켜서 사이트를 만들어 주길 (법으로 크롬이나 불여우에서 전자결재가 안 되는 사이트는 차단시켜주면 좋겠다)

 

 

타일에 갇힌 데스크톱

 

윈도우 8 을 쓰다 보니, 1990년도 초반 MS-DOS 시절이 생각난다.

MS 윈도우 3.X 버전까지, 윈도우는 단지 MS-DOS 위에 얹혀 실행되는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일 뿐이었다.

초창기에는 한계가 너무나 많은 MS-DOS 위에서 가동되는 윈도우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는데

윈도우95부터는 메인이 윈도우가 되고 DOS 는 이제 윈도우에서 그리 자주 쓸 데가 없는 작은 창 중에 하나가 되고 말았다.

 

데스크톱 시대에서 노트북의 시대로,

노트북의 시대에서 언제든 들고 다닐 수 있는 태블릿 시대로 급속하게 변해가는 요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두 개의 시장을 하나의 PC 에서 모두 가능한 OS 를 만들었다.

 

물론 초창기 윈도우 폰처럼 두 개의 OS 를 거의 동일한 인터페이스로 했다가 크게 망했던 경험을 잊지 않았는지, 하나인 것처럼 실행되지만, 도무지 하나가 아닌 2개가 마구 섞여 있긴 하지만 아무튼 새롭고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윈도우 8 에 대한 제대로 된 리뷰가 나오려면

MS '서피스' 예약판매…윈도우8 PC 봇물

위 기사처럼 새로 나오는 하이브리드 PC 들이 실제로 출시되어 많이 써 봐야만 알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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