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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책]빅 픽처

by esstory 2011. 6. 22.

 

 

 

 

한 장의 그림은 참 많은 얘기를 한다.

간 만에 책 표지도 찍어 보았다.

서점에서 이 책을 짚은 것도 빅 픽처라는 제목 보다, 그림에 눈이 갔기 때문.

지금부터 적어갈 내용엔 책의 스포일러가 될 부분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책을 정독해서 열심히 읽으실 분들은 행복한 감상을 위해 낙서 같은 이후 글들은 보시지 말기를.

빅 픽처 - 10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밝은세상
 

그 유명한 스티브잡스의 명연설 중에 다음과 같은 명문이 있다.

 

세 번 째는 죽음에 관한 것입니다. 17살 때 이런 경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매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위인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 글에 감명 받은 저는 그 이후로 지난 33년 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제 자신에게 묻곤 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며칠 연속 'No'라는 답을 얻을 때마다 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 자부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의 두려움은 '죽음' 앞에선 모두 떨어져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여러분은 죽을 몸입니다. 그러므로 가슴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원문: 강정훈닷컴 :: 스티브 잡스 연설, "Stay Hungry. Stay Foolish"

 

위 내용이 정말 옳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이것 저것 많은 걸 고려하게 되고 결국 차선이라곤 하지만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의 삶을 사는 게 아마도 대부분일 듯 하다.

 

이 책의 주인공 벤은 월가에서 그래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변호사다. (1년에 3억 정도면 미국에서도 나름 꽤 벌이가 괜찮은 모양)

먹고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 사진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매번 장비만 사 모으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아내와의 불화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으로 늘 신경과민으로 지내다,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게 된다.

잘난척 하기로 소문나고, 밉상인 게리라는 독신 남.

 

게다가 이 친구는 자신이 못다한 사진 작가의 꿈을 아직도 꾸고 그 일로 밥벌이를 해 보려고 애라도 쓰고 산다.

여러모로 벤과 상극인 게리와 아내의 불륜을 보다 폭발한 벤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그만, 이 소설의 근간이 되는 큰 사고를 치르고 만다.

게리와 날 선 말 다툼 끝에 그만 게리를 그 자리에서 살해하고 마는 것.

여기서부터는 벤이 겪는 엄청난 심리적 공포를 수백 페이지에 걸쳐서 책을 읽는 나도 경험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벤이 되어 저 상황이라는 어떻게 할 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고 감옥으로 가서 남은 생을 의미없이 밥만 축내며 보내야 할지, 아니면 스스로 생을 포기해야 할지,

남아 있을 두 아이들의 장래는 어찌해야 할지 모든 게 혼란스럽게 후회스럽기만 하다.

작가(더글라스 케네디)덕분에 책을 읽는 나 자신이 스스로 살인자가 되어 보기도 하고, 두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 보기도 하고, 참 대단한 몰입감을 주는 책.

 

5초의 찰나로 인해 인생의 모든 것을 망치게 된 벤은 결국 CSI 에서나 보는 추리극의 범인처럼 철저하게 도망갈 궁리를 하게 되고 여기서부터는 쫓기는 범인으로 변한 벤의 모험이 담긴 스릴러 물로 책의 내용이 변한다.

 

철저하게 계산된 벤의 계획 덕분에 벤은 자신이 죽은 사람인 것처럼 꾸미고 자신이 살해한 게리라는 친구로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정처없이 고속도로를 헤메다 우연히 들른 몬태나라는 지방에서, 벤은 때묻지 않은 시골마을에 반하게 되고, 그곳 사람들의 표정을 앵글에 담으면서 사진작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 하게 된다.

그 다음 스토리는 너무 많은 우연들이 겹치는 데, 드라마틱한 건 좋지만, 행운 치고는 너무 많은 행운들이 게리, 아니 벤에게 닥쳐 온다.

 

그의 사진 실력만으로 몬태나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알아 주는 일약 스타가 되어 버린 벤.

하지만, 이미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그의 얼굴이 전국에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는 불행한 남자

그리고 새로 싹튼 앤과의 피할 수 없는 사랑 등으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게 퍼져 나간다.

 

벤이 게리를 살해하는 순간부터 사실 이 책의 결말은 해피엔딩일 수 없겠구나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일이 잘 되다가도 꼬이고, 사진 전시회에 등장한 아내 베스와의 만남 등으로 하이라이트를 쳐서 내 생각이 맞나 했는데…… 나머지는 책으로 확인을 ^^;

 

 

소설 속 주인공 벤은 경제적으로 나름 성공한 사람이었지만, 행복한 삶을 살지는 못했다.

특히 아내 베스와의 결혼 생활 부분은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인생의 행복은 내가 가진 꿈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에서 온다고 믿는데. 벤은 그 점에서 완전 낙제

본인의 잘못이든 아내의 문제이든 둘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끌지 못했고, 벤은 계속해서 못다한 작가로서의 꿈을 아내 베스는 소설가로서의 꿈을 희망하고 서로를 외면한다.

 

한편 벤이 게리로 변장하여 몬태나 지방에서 작가로 생활하는 모습은 내게도 참 부러운 장면들이 많았다.

시골 사람들의 살아 있는 표정을 그 지방색과 함께 앵글에 잡아 내는 것, 사진을 좋아 하는 사람으로서 흥미 진진하고 그가 찍는 사진 한 장 한 장에 숨은 많은 스토리들이 글에 녹아 있어 책장 넘기는 재미를 더해줬다.

여러모로 한번 시작하면 다음 장이 궁금해서 줄기차게 읽게 되는 소설. 간만에 즐거웠다.

 

PS

생각하지도 않게 간만에 재미있는 소설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주말에 조조로 엑스맨 보고, 하릴없이 교보문고에 들렀었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왔던 소설.

일요일 구입해서 화요일 다 읽다니, 나 같이 책 읽는 속도가 거북이 수준인 사람에겐 정말 뜻 밖의 일이다. 그것도 500 페이지를.

즐거운 소설 책을 읽다 보니, IT 관련 책, 경제 관련 책만 고집할 필요가 있나, 가끔은 이렇게 사람 사는 깊은 얘기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이건 다 핑계고 요즘 책을 너무 안 읽은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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