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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책]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by esstory 2010. 12. 9.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 10점
마크 고울스톤 지음, 황혜숙 옮김/타임비즈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씩 저 자신을 불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로 빠뜨리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건넨 단어 때문에, 혹은 말투나 그 사람 자체가 싫어서, 아니면 과거의 그 사람 행동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그 사람과 주고 받는 대화가 어느새 서로에서 상처가 주는 말이 되어 버리고, 결국 나도 모르게 온 에너지를 모아서 그와 함께 시궁창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이성적인 대화가 아닌 감정의 쓰레기장이 되어 버리는 대화들.

그래서 남는 건 오랜 시간 머리 속을 멤 두는 후회뿐.

 


왜 별것도 아닌 일에 그리 쉽게 흥분하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대꾸를 한 건지, 이성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경험을 하신 적 없으신가요.

이 책의 제목은 위와 같이 아주 원시적인 감정의 도화선으로 불타오르는 도마뱀 수준의 '뇌' 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말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유형의 '뇌' 가 존재 한다고 합니다.

 

- 파충류의 뇌(뱀의 뇌): 가장 안쪽에 있으며, '투쟁-도피 반응'을 관장한다. 즉각적 행동과 반응이 전부다. 위기를 감지했을 때 '한밤중에 헤드라이트 앞에 뛰어든 사슴'처럼 당신을 얼어붙게 만든다.

- 포유류의 뇌(쥐의 뇌) : 중간층을 차지하며, 감정을 주관한다. 일명 '내면의 오버쟁이'다. 사랑, 기쁨, 슬픔, 분노, 비탄, 질투, 즐거움 등의 강렬한 감정이 일어나는 곳이다.

- 영장류의 뇌(인간의 뇌) : 가장 바깥쪽에 있으며, TV 시리즈 <스타트랙>의 닥터 스포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상황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식적으로 실행계획을 세운다. 영장류의 뇌는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에서 수집한 정보를 조사하고 분석해, 실용적이고 현명하고 도덕적인 결정을 내린다.

p36

 

당연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장류의 뇌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자기 방어 본능이 아주 강하게 자리 잡아서, 뭔가 위협이 감지 될 경우 가장 먼저 자기도 모르게 "파충류의 뇌"가 머리를 차지하고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하네요.

아주 가끔이지만, 왜 제가 그리고 강하게 흥분하게 되는지 책을 보면서 '아하' 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핵심은 '편도체' 라는 이름을 가진 뇌의 한 부위다. 당신의 뇌 안쪽 깊숙이 아주 작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편도체는 위협이 감지되면 즉각 행동을 개시한다. - 중략

이렇게 편도체가 끊어 넘치는 점을 우리는 '편도체 납치' 라고 부른다. - 중략 -

편도체가 끊어 넘치는 순간에는 감정과 사고를 관장하는 뇌의 조정사(전두엽)가 통제권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조정사 대신 '뱀' 이 비행기를 조종하게 된다.

P37

이와 같은 파충류의 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여러 단계를 통해 뇌를 공황 상태에서 논리 상태로 옮겨갈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역시 책의 내용을 인용합니다.

 

1단계- 젠장! 반응 단계 - 속상하고 두렵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마라. 그 감정을 파악하고 인정하라. 말을 하면서 숨을 길게 내 뱉으면 진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능하면 1-2분간 그 자리를 벗어나라. 아니면 몇 초 동안은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마라. 당신의 분노나 공포를 인정하고 극복하는 데 전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2단계- 큰일이군! 발산 단계- 강렬한 감정을 인정한 후, 눈을 감은 채 코로 천천히 깊은 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토해낸다.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 필요한 만큼 계속 호흡을 반복한다.

3단계 - 에잇! 회복단계 - 한번씩 숨을 쉴 때마다 위험 수준을 가장 심각한 데프콘 1에서 2,3,4,5로 차츰 낮춘다.

4단계 - 자 그럼 … 집중 단계 -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황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라

5단계 - OK! 재개 단계 - 아직까지 눈을 감고 있다면 이제 눈을 뜬다. 그리고 할 일을 한다.

P59

사실 말은 쉽지만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막상 위와 같은 내용이 떠오를 지 의문입니다. ^_^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확실히, 뭔가 이성적이지 않게 흥분하려는 기미가 보일 때, 또는 괜히 짜증이 날 때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이 "뱀의 뇌"에게 조종 당하지 않나 되돌아 보게 되더군요.

내가 겨우 "뱀의 뇌" 정도에 주도권을 넘기고 있지 않나?

하고 자주 되묻게 됐습니다.

 

FBI 협상전담반에서 '공식 교과서'로 쓰인다는 이 책은 뜻대로 되지 않는 협상대상자(회사 동료, 상사, 부하 직원, 또는 가족들)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목적과 그에 맞는 예제들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책의 예제들이 가끔은 너무 미국적인 상황이어서 우리 현실에겐 맞지 않는 부분들이 좀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들은 "설득의 심리학" 처럼 상당히 공감 가고 좋은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표지판을 목에 걸고 다닌다. 거기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 주세요" - 메리 케이 애쉬

P106

 

너무나 맞는 말이죠.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사랑받고, 관심받고, 존경 받고 싶어 합니다. 구성원 내 모두에게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노력은 해야겠지요

 

만약 상대가 당신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과거에 잘못한 것에 대해 말하지 말고 '지금 시점부터 앞으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에 관해 말해달라고 청하라.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오직 한마디만 하라 "고맙습니다"

P133

 

누군가에게 나에 대한 결점을 말해 달라면 사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용기 있게 "당신은 이게 재수 없어" 라고 말하지 않을 테니까, 위와 같이 에둘러서 말하는 방법을 써 보라고 이 책은 제시합니다. 괜찮은 방법 아닌가요.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해서 도움을 달라고 하면, 지금 내가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서 분명 잘 말해 줄 테니까요. 물론 말하는 사람도 나에 대해 충분히 애정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나 자신도 들을 준비가 되어야 하지만요

 

논쟁에 말려들기 시작할 때, 특히 끊임없이 재발하는 고질적이고 지긋지긋한 논쟁에서, 잠시 멈추고 상대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이 책은 조언합니다.

"지금 나는 당신이 나를 공격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도 내가 당신을 공격한다고 느끼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둘 다 자신을 방어하는 데 급급한 것 같네요. 그러니까 내가 당신에게 상처 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도 당신이 나에게 상처 주려고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점에 동의한다면, 분명 이 문제를 함께 풀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하면 서로의 부조화(저 인간은 멍청이야)를 상호 존중(이 사람은 진심으로 우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구나)으로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다.

P139

항상 앙숙처럼 다투는 사람끼리 위 조언대로 대화를 나누면 확실히 사이가 좋아 질까요?

이 책을 읽다 보면, 미국에서는 사내에서 유능한 사람들이지만 서로 앙숙인 사람들을 회사에서 정신과 의사로 같이 보내 상담 받게 하는 프로그램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 회사에 있지만 서로 앙숙인 사람들 사실 아주 많지 않나요?

 

'똑똑하고 유능한 새 두 마리가 한 둥지에서 살 수 없다'는 비유를 증명하는 사례를 몇 번은 족히 보았을 것이다. P81

 

저희 회사도 아주 많이 보이던데, 단체로 정신과 의사 분에게 상담 받게 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저도 포함일지도 ^_^;

 

이 세상에서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은 대부분 이루어지기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선언되었던 것들이다. - 루이 브랜다이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다. 음악은 기록할 수 없다. 애완용 돌멩이는 판매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책을 팔아서는 백만장자가 될 수 없다.

왜? 모두들 그렇게 말하니까. 아니 최소한 지금까진 그랬으니까. 누군가 그런 일이 벌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만약 당신이 그 누군가, 즉 비전을 현실로 바꾸려 노력했던 토마스 에디슨, 윌버 라이트, 게리 달, 제프 베조스라면 당신이 직면한 과제는 바로 '목표가 실형 가능하다' 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해서 그 목표가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P175

 

"이건 안돼" 라는 고정된 생각 사실 너무 자주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한번 이러지 말자라고 다짐해 봅니다.

 

오늘날 수 많은 관리자들이 다루는 문제는 대개 '사일로silo(곡식 저장고라는 뜻, 경영학에서는 조직 간 장벽과 부서 이기주의를 의미한다 )'와 관련이 있다. 오로지 자기 일에만 관심이 있고 자기 생각만 하며, 협력해 일하는 능력이 점점 퇴화된 사람들 말이다. 만약 당신의 회사가 합병과 정리해고 등으로 인해 조직과 사람간의 신뢰가 깨진 조직이라면 더욱 그렇다

P274

 

회사 내 부서이기주의는 정말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도 같은 문제가 있나 보네요.

일단 부서라는 단어로 조직이 나눠지면 협조가 수월하던 일들이 갑자기 단절되고, 의사 소통이 힘들어 지고 공문을 주고 받아야 하고, 근거를 남기고 정치적인 논리를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일이 훨씬 드뎌 지는 것이 많습니다. 당연 관리자들이 하는 일들은 내부 부서와 외부 부서의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조정하느라 근거 자료를 만들거나 협상하는 일이 쌓여만 가죠.

 

이 외에도 이 책엔 정말 사례전체를 외우고 싶은 좋은 글들이 너무 많습니다.

책을 읽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책을 읽을 당시 머리 속에 떠올랐던 많은 생각들이 많이 잊혀졌지만, 읽다 보면, 빠져들게 하는 상황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상담사례가 많아 책을 읽을 보람이 있게 하는 그런 책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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