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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지름

간만에 써 보는 만년필 - 라미 사파리 만년필

by esstory 2010. 12. 25.


 

고등학교때나, 대학교때 선물로 받은 만년필을 잠깐 써 본 이후로 사실 만년필을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만년필을 쓰면서 받은 느낌은 참 부드럽고 깨끗하게 종이 위를 미끄러지듯이 펜촉이 굴러가는구나 하는 느낌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잉크를 매번 채워 넣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거추장스럽게 만년필을 딱히 써야 할 이유들이 줄어들었고, 자주 안쓰다보니 잉크가 굳거나, 펜촉이 망가지거나 등의 이유로 결국 안 쓰게 되더군요.

 

만년필이 없어도 별다른 불편이 전혀 없는 요즘이지만, 

특히 손으로 쓰는 것보다 디지털로 저장하는 게 훨씬 빠르고 익숙한 편이지만,

역시 종이 위에 글자를 새겨 넣는 즐거움을 대신할 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즈음인가, 아시는 분의 비싼 만년필을 구경해 본 이후로는 만년필이 사고 싶어서 한 두 달 만년필 사이트에서 어떤 것을 고를까 한 참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높으신 분들이 많이 즐겨 사용하는 몽블랑 같은 비싼(?) 만년필들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실용적으로 프랭클린 플래너에 입력할 수 있는 세필이 가능한 만년필이 눈에 가더군요.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고르기도 힘들고, 너무 가격도 비싼 거 같고 실제로 그 값어치를 할 만큼 잘 쓸 것인가 고민만 하다가 포기했더랬습니다.

 

그러던 이번 주, 이번에 구입한 저렴(?)한 라미 만년필을 We Make Price 에서 발견하게 됐습니다.

 

 

공동 구매 가격은 무료 45% 인하된 26,900 원 !!!!

 

 

대박 세일 인 거 같아서 뒤도 안 돌아 보고 그냥 버린다 생각하고 주문 넣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에야 배달됐네요.


오늘에야 인터넷 최저가와 비교해 봤는데 에누리 최저가는 33,000원 정도라 사실 한 7,000 원 정도 저렴하게 구매한 거 같습니다.

 

 

만년필은 사실상 초짜라 앞으로도 잘 쓸려나 조금 걱정도 됩니다.

만년필만 구입하고 잉크도 없으면 어쩌나 걱정하다가 결국 잉크도 2개 구입했습니다 (개당 만원꼴)

 

만년필이 2.7만원인데 잉크가 2만원이라니, 이거 어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분 -_-;

동네 문구에 가서 값싼 잉크를 사서 넣어도 될 텐데, 일단 초보니 최대한 정석(?) 대로 투자 해 보기로 했습니다.

 

연습장이랑 프랭클린 플래너에 이리 저리 휘갈겨 몇 자 적어본 소감은

  • EF닙임에도 역시 프랭클린 플래너에 쓰기엔 두껍다. 아니 잉크가 번진다. 일본산 세필 만년필이 아니면 이건 안될지도
  • 역시 만년필 특유의 촉감과 끊김 없이 흘러나오는 잉크 덕분에 글 쓰는 게 즐겁다
  • 만년필 펜과 직선으로 나와 있는 펜대에는 중앙 좌우에 엄지와 검지로 그립할 수 있는 홈이 들어 가 있는데 나랑은 안 맞다. 그립은 그대로 두고 펜촉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돌릴 수 있음 좋겠다 -_-;;

 

가장 불만은 펜대에 있는 그립과 펜촉의 방향이네요. 제가 글을 쓰는 방식이 좀 삐뚤 한 건지. 이 참에 에디슨 젓가락처럼, 펜 잡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건지.

그리고 가장 많이 손으로 기록하는 프랭클린 플래너에 만년필로 입력할 수 없다는 것도 좀 맘 아픕니다.

이왕이면 가장 많이 쓰는 곳에 만년필로 멋지게 기록하고픈데, 유럽이나, 미국산들은 대부분 EF 닙도 두꺼운 편이더군요.

 

다행히 요즘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태들러(STAEDTLER )볼펜 덕분에 프랭클린 플래너에 대한 아쉬움은 금방 포기가 되네요.

스태들러를 최근부터 사용하고 있는 데 볼펜을 오래 쓰면 응당 나오기 시작하는 볼펜똥이 거의 안 나와서 너무 좋습니다.

게다가 부드럽고, 끊어짐도 거의 없고, 참 좋네요.

얇은 편은 아니지만, 프랭클린 플래너에 글 쓰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게다가 삼각형 그립은 볼펜 잡은 손이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약간 고무느낌의 볼펜 대도 고급스러워, 싸구리 만년필 라미 보다 더 비싸 보이기 까지 합니다 ^_^ 

 

어쨌든, 너무 오랜만에 만난 만년필이라 당분간 많이 사랑해 주고 손으로 글도 많이 써야 할까 봅니다.






직장다니면서 정말 글을 쓸 기회가 많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워드 때문에 더 이상 굳이 종이 위에 뭔가를 쓰야할 필요가 잘 없지요.

글 쓰는 것도 세월이 지나면 잊혀지나 봅니다. 갈수록 악필이 되어 가고, 




가까이 펜촉을 찍어 보려고 했는데 너무 작아서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네요. 금이나 비싼 재료로 만든 닙은 아님에 분명 ^_^;





파란색 플라스틱 느낌 나는 라미 사파리 만년필. 어찌 이리 고급스러움과 담을 쌓은 모습인지, 

저 같이 초보자가 막 쓰라고 만든 듯한 만년필







펜 꽂이가 거대하기도 합니다 ^_^;

가운데 둥글게 파인 구멍으로 잉크가 얼마나 사용 됐는 지 보여 준다고 하네요. 

오늘 받아서 아직은 완전히 까만 색입니다.





펜 끝 부분에 크게 각인 된 LAMY 상표





두껑을 열어 보면 그림 처럼 카트리지에 꽂혀 있습니다. 요건 1회용이라 다 쓰면 새 카트리지로 교체하거나, 컨버터에 잉크를 채워 꽂아 쓰는 모양입니다. 잉크는 아직 주문 중이고, 카트리지 하나 다 쓸 때쯤에나 잉크 넣어 보겠네요.



오른쪽이 컨버터. 

요걸 카트리지 대신에 꽂은 다음 만년필을 잉크병에 넣어 쪽 ~ 하고 잉크를 흡입하면 되나 봅니다.

카트리지 얼릉 다 쓰고 빨랑 해 보고 싶어지는





카트리지가 2개 들어 있어, 당분간 잉크가 없어도 큰 문제는 없을 듯. 



의미 없이 사파리 사진 몇 장 더 올려 봅니다.  어떻게 찍어도 간지는 안나오네요 ^^






만년필 케이스. 심플한 블랙 케이스는 나름 괜찮아 보입니다.




요기서 부터는 스태들러 볼펜. 

라미 만년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지만, 프랭클린 플래너에도 맘껏 기록할 수 있고 잃어버려도 큰 부담 없고, 게다가 고급스러운 느낌에 볼펜 "똥" 도 없는 아주 좋은 필기구입니다.







요샌 회사에서  검은 색, 붉은 색 스태들러 볼펜을 주력으로 항상 손에 쥐고 삽니다.  

오늘 산 라미도 그럴 수 있으려나.









간만에 저렴하지만, 괜찮은 만년필을 만나 아주 반갑네요. 

만년필로 많은 기록을 남기는 2011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 방문하시는 분들도 좋은 성탄절 보내시고,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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