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한겨레출판 |
주인공 피오나 메이는 올해 59살로 영국 고등법원 가사부의 판사.
주로 이혼 소송이나 아동 보호와 관련된 소송을 다루고 매일 매일 중요한 결정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을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
["정의란 무엇인가"] 에서처럼 현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피오나가 맡은 어려운 재판들을 보면, 결론을 내려야 하는 최고 위치에 속한 사람의 심각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다.
샴쌍둥이로 태어난 두 아이 - 매슈와 마크 - 의 얄궂은 운명은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 할까.
한 아이의 신체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으면서 등으로 붙어 있는 다른 아이를 통해 모든 신체적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만약 두 아이를 떼어내지 않는다면 둘 다 죽을 것이고, 떼어낸다면 한 아이는 죽을 운명. 한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를 희생해야 하는가 아니면 둘다 죽어야 하는 운명인가.
작가 "이언 매큐언"은 주인공 피오나를 통해 논리적이고 아름다운 - 이 작가의 문체는 정말 예술이다 - 판결문을 제시한다.
사건의 큰 줄기는 2가지다.
첫 번째는 더 늦기 전에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는 남편 "잭" 의 늦바람(?) 이고
두 번째는 여호와의 증인을 믿는 백혈병에 걸린 17살 9개월의 '애덤'에 대한 생사 문제다.
첫 번째는 수 많은 이혼 법정에서 판사로서 사리를 판단했던 주인공 피오나에게 자신에게도 같은 잣대로 바라봐야 하는 수치스럽고 상류사회의 수근거림과 익숙하지 않은 홀로서기가 걸린 남은 생에 대한 문제이고,
두 번째는 수혈을 거부하는 종교적인 문제로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애덤'에게 그의 뜻대로 죽음을 안길 것인지 아니면 강제로 수혈을 할 것인지, 사흘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판결을 내야 하는 문제다.
어리지만 영특하고 시를 좋아하는 '애덤'을 살리기 위해 직접 만나 면담해 보기로 한 피오나는 덕분에 한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만, 생각지도 않은 '애덤' 의 짝사랑에 곤경에 빠지게 된다.
책의 줄거리는 크게 복잡하지 않지만, 문장 하나 하나가 마치 잘 지어진 작품을 보는 기분이고, 글로써 실제 현장 속을 보는 듯한 문장력은 왜 이 작가가 '동시대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 로 꼽히는 지 알 수 있다.
줄거리보다, 문장 하나 하나가 다시 읽고 싶은 소설. 강추한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나쁜 건 세월이 어떤 여자들을 위해 비축해 두는 특별한 모욕, 입꼬리가 아래로 처지면서 자리 잡는 한결같은 책망의 표정이었다. p35
피오나와 잭의 사랑 싸움(?) 속에 표현되는 부부싸움을 다루는 문장들. 조심스러운 화해의 과정들도 이 책을 보는 즐거움 중에 하나 ^^ (은근하고 느리지만, 미소 짓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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