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의 개발을 하지 않다 보니 저도 한 때 개발자였던 때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요 며칠 전에는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코딩(이라기 보다는 copy & paste) 을 할 일이 있었는데
그 동안 관리자로서 해 오던 방식과 코딩을 해야 하는 개발자의 업무 방식이 정말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물론 책으로도 수십 번 읽어 왔고 경험상 그러하다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니었지만.
그날 코딩 했던 내용은, 복잡한 알고리듬을 고안해야 하는 일도 아니었고, 노가다성 작업으로 수백만 라인의 코드를 뒤져서
A --> B 식으로 고치는 수십가지 묶음 작업들을 진행하고,
컴파일 해 보고, 오류가 있으면 확인하고 방향을 바꾸고, 문서를 만들어 다른 개발자에게 전파하는 일이 다였는데요.
컴파일 오류가 많이 나다 보니 하루 종일 시간이 소비된데다, 가장 큰 문제는 열심히 코딩 중에 닥쳐오는 수 많은 인터럽터들이었습니다.
-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업무 전화들
- 즉답을 요구하는 메신저 쪽지들
- 윗분들의 호출
- 관리자 모드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정기/비정기적인 회의들
열심히 코딩하다가 위와 같은 일들이 발생하면 정말 답답하더군요.
"하던 건 마저 끝내고 다른 걸로 어서 넘어가야지" 하는 마음은 굴뚝 같은데 걸려 오는 전화를 안 받을 수도 없고 ㅠㅠ
그러다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정말 일의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일을 빨리 끝내야 후배들이 그 다음 진도를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어떻게든 이 날 끝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보니 더 애가 탔습니다.
아주 짧게 예전 개발자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지만, 개발자에게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실제로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 책 p242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옵니다.
"다중작업은 생산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립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다중 작업을 하면 생산성이 20%에서 40% 가량 떨어진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하루 8시간 일하는 것이 5시간이 돼 버리는 겁니다. 어떤 연구는 그 수치가 50%에 가깝다고도 합니다. 게다가 실수도 엄청 많아지죠."
20~50% 면 엄청난 숫자 아닌가요?
아무렇지도 않게, 개발자에게 일의 가지 수를 늘려 하루 중 해야 하는 서로 다른 일들이 늘어 나는 환경에서, 개발자들이 제대로 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는 정말 힘들고, 계속해서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의 능력을 반도 발휘하지 못하고 마는게 실상인거 같습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커 주커버그를 영화화한 "소셜네트워크" 를 보면, 건물이 무너지든, 싸움이 오가든, 여자들과 술판을 하던, 이어폰을 귀에 꼽고 혼자 코딩의 세상에 빠져 있는 괴짜 개발자들이 자주 보입니다. 실제 상황에서 저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개발자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주는 장면들은 사실 부럽다고 밖에 할 수 없더군요.
저렇게 미친듯이 코딩해 본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개발자들이 최대한 개발에 집중 할 수 있게 회의나, 전화, 쪽지나, 호출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좋은 방법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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