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병역특례와 IT맨의 사직서 글을 읽고

by esstory 2007. 6. 14.

6/13일자 한겨레 신문에 올라온 기사인데, 기사 제목처럼 노예계약으로 악용되고 있는 병역특례제도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일반인 병역특례 제도는 ‘노예계약”

 

94 ~ 97년 동안 병역특례로 작은 Software 개발 업체에 근무하면서 제가 느낀 IT 업체의 구조적인 문제(매일 야근, 주말 출근)는 '노예계약'으로 기사에서 언급한 병역특례의 문제가 아니라 IT 업계, 특히 '을' 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전산쟁이들이 모두 겪는 일반화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직장을 갖게 해 준 고마운 병역특례

 

대학교 4학년 때, 희망하던 대학원 진학이 낙방한 후 느즈막하게 군대에 대해 고민했더랬습니다. (그 당시에는 심각했었죠^^)

다행히 공군학사 장교와 작은 병역특례업체에 동시에 합격하게 되었는데 저에게는 프로그래머로서의 길이 향후 미래를 위해 훨씬 나을 거라 생각하고 병역특례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입사하고 1년 동안은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이후로는 대학원 준비를 위해 거의 프로그램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회사에서는 처음부터 실전에 투입할 실력 있는 인력을 필요했기 때문에 실력이 모자라는 저로서는 매일 야근에 주말에는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실력이 없으니 당연히 이래 저래 눈칫밥을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_;

하지만 병특이라고 특별히 차별대우는 없었습니다저희를 이끌어주시는 팀의 리더분도 좋았고 선/후배, 동료간의 사이도 정말 좋았습니다.

같이 밤새워 코딩하고, 술 마시고, 힘든 일 논의 하고……

일반 작은 회사에 다니는 것과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단지, 월급이 조금 작았는데(94년 당시 아마 60만원이 안되었던 거 같네요) 전방에서 고생하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참을 만 했습니다. :)
또한 병특으로 4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개발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얻게 되고 이로 인해 지금의 직장까지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올블로그에 올라온 글 중에블로그로 인해 제 인생이 변했습니다라는 글을 보았는데 저에게는 병역특례 제도가 지금의 인생을 살게 해 주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위 기사처럼 좋지 않은 사람들로 이뤄진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도 없진 않겠지만 제 경험으로 미뤄 본다면 병역특례 제도가노예계약소리를 들을 정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프로그램을 너무 하고 싶어하고 계속해서 이쪽 일을 하고 싶어하는 전산계열 학부생들에게 사회생활 경험과, 프로그래머로서의 경력까지 쌓을 수 있게 해 주는, 그러면서 군대까지 해결해 주는 1 3조의 좋은 제도입니다.

 

비정상적인 주종관계의

 

얼마 전 블로고스피어에서 아주 큰 반향을 일으킨 인터뷰 기사가 있었습니다.

 

IT맨, 내가 사직서를 이유.

 

아마도 대부분 IT 종사자들은 공감하실 만한 내용일 듯 한데, 이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 나라의 고질적인의 주종관계가 보입니다.

이 원할 경우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고, 당연하듯 날밤을 새야 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프로젝트 오픈 일정을 맞추어야 합니다.

프로젝트 하나 따서 그 달 월급주기도 버거운에게는 돈을 지급하는이 정한 정말이지 말이 안 되는 조건(납기나 개발인력, 개발비용)으로 계약을 하게 되고, 결국 자기 식구들을 야근시키고, 주말에도 나오게 하는 악순환이 끊이질 않습니다.

꾸준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에게는 이러한 악순환이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병역특례 업체를 관둔 가장 큰 이유도 병역특례제도의 노예계약때문이 아니라 바로 더 이상로 일하기 싫어서였습니다. (병특하면서 제가 가진 모토가 절대 을이 되지 않을 것이다였습니다)

물론 작은 회사여서 월급도 적었지만, 내가이 되지 않는 이상 평생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가 계속 될 것이고 제 자신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할 수 조차 없어서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갑으로써, 자기의 일을 위해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출근한다면 이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지 다른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일 수 있지만,  '' 에 의해  또는 '' 과 계약을 체결한 '' 의 누군가를 위해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감내하는 건 너무나 수동적이고 본인에게 마이너스 뿐인 인생이었습니다.

 

제가로서의 생활을 청산한 지 벌써 10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까지 위와 같은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을 보면 여전히 대한민국의의 비정상적인 관계는 끝나지 않은 듯 합니다.(특히 위 글을 쓰신 분의 경우는 해도 너무 하네요 :-(  )

감히 충고하건대 IT 개발자시라면로서의 생활을 꼭 청산할 수 있도록 길을 찾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을 탈출할 수 있는 정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운과 실력이 좀 뒷받침 된다면 분명 길이 있을 겁니다.)

 

인간답게 을 대할 수 있는 업계 분위기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IT 분야의 많은 분들이, 본인이 처한 현실이 이든 이든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서로를 더욱 존중하고 서로가 보다 나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이해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