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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내가 비스타를 쓰지 않는 이유

by esstory 2008. 1. 14.

 

개발자인 제가 아직도 비스타로 Upgrade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UAC 정책 때문입니다.

비스타에서는 악의적인 ActiveX 설치로부터 일반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프로그램 설치, 레지스터리 접근, 특정 폴더 접근 등에 모두 UAC 의 간섭을 받게 되고, 사용자에게 권한상승을 허락할 것인지 여부를 물어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도 이 기능의 Concept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이 강력한 UAC COM의 등록까지 간섭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OS 입장에서는 COM 이나 ActiveX 나 같은 놈으로 처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웹 브라우저에서 ActiveX 등록도 아니고, 고객이 정상적으로 설치한 어플리케이션이 자신이 사용할 COM 모듈을 등록하는데도 매번 UAC 의 어드민 권한상승을 얻어야 합니다.

COM ActiveX 라는 기술로 나중에 IE 에서 남용되어 문제가 되기 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 개발 방법론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전에는 OLE1.0, OLE2.0 식으로 개발 되어 오다가 나중에는 COM = ActiveX 식으로 되어 버렸습니다. 이름이야 어떻든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의 웹 기반 확장을 위해 자신들이 소중하게 개발해 오던 기술을 마구 도용했고 나중에는 그게 문제가 되니 그 기술 자체를 막아 버렸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대부분 제품들 Office Internet Explorer Com 방식으로 만들어 져 있어 개발자가 해당 COM 모듈의 설치 폴더나 언어, 심지어 다른 PC 에 설치되어 있는 COM 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정말이지 윈도우 소프트웨어의 꽃과도 같이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 OOP를 완벽하게 지원하고, 인터페이스 기반으로 종속성을 최소화하며 개발모듈과 사용모듈의 언어와 상관없이 인터페이스만 알면 호출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설계 아니던가요.

 

이 작품이 갑자기 COM 기술을 이용한 ActiveX 기술 때문에 완전 쓰레기 취급 받게 되었고 급기야 마이크로소프트 전략적 기술 내 팽개치기에 의해 완전 버림받게 된 모양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지덜 전략이야 어떻던 간에 비스타가 나오기 전에는 이러한 COM 을 이용하여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Component 기반으로 잘 분리해서 개발하고 어떤 언어에서건, 어떤 프로그램이건 불러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고생을 해서 잘 만들어 놨더니, 어느 날 비스타에서는 COM 등록조차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해결책은 모 별로 없습니다.

COM을 등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실행 시부터 미리 Admin 권한으로 상승시키던지, COM 등록 시점에만 잠시 권한 상승하던지, 아니면 고객에게 UAC 를 끄라고(이건 책임지지 못할 짓이니 차마 할 수 없는 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개발자로서는 몇 년을 공들여 설계해온 작품의 Architecture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나쁜 비스타가 쉽게 받아 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개인적으로 비스타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외 비스타가 대중화 되기 힘든 이유들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UAC 부분 외에도 비스타가 빠르게 확산 보급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기업 고객들이 비스타로 운영체제를 변경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입니다.

윈도우 98에서 윈도우 2000 이나 윈도우 XP 로의 전환은 분명히 크다란 장점이 있었습니다.

윈도우 98 의 경우 리소스(GDI, HANDLE ) 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작았기 때문에 프로그램 2-3개만 실행해도 리소스 부족 오류가 발생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정상적인 대규모 프로그램개발이 힘들었고, 윈도우 98 이 가지는 태생의 한계로 윈도우 3.1 에서부터 쭉 이어져 온 운영체제의 기본 품질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인해 개발자로서 벽에 부딪히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윈도우 2000 이라는 서버 기반 걸출한 운영체제가 등장하면서 쓸만한 운영체제로 체질 개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작이 XP 였습니다. 물론 첫 출시에는 윈도우 98 과의 호환성에 중점을 두다 보니 윈도우 2000 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고 불안한 모습이 많이 보여 사태를 주시했던 건 사실입니다만, 윈도우 98 에서 윈도우 XP 로는 분명 꼭 바꿔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비스타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비스타가 XP 에 비해 나아진 건 모가 있을까요?

더 나은 보안(UAC)? 이것 때문에 기업에서 새로운 운영체제를 도입하거나 PC를 신규로 구매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업에서는 이미 기업용 보안 프로그램으로 대부분의 PC들이 무장되어 있고 일부 PC 에서 바이러스가 걸리면, 바로 중앙으로 보고되어 알려주는 기능까지 되어 있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에어로 기능? ^^;; 단지 이쁘다는 이유만으로 업무 효율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업무 효율을 위해서는 차라리 Office 2007 Result-Oriented Design 처럼 사용자가 보다 빠르게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모를까, 이쁘기 위해 새로운 기계를, 새로운 운영체제를 도입하는 회사는 없을 테니까요.

 

그외 내부 시스템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XP 에서 굳이 비스타로 옮겨갈 기업고객들은 드뭅니다.

오히려 비스타의 권한상승 창 때문에 분기탱천하는 윗분들(?) 을 보고 있으면, 비스타가 일반화되긴 걸렀다는 생각을 많이 하니까요.

 

CES keynote 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2007년 말에 약 1 Copy 의 비스타를 판매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윈도우 XP 는 같은 기간 이보다 약 50%가 많은 15천 개가 팔렸다고 하네요.

XP on 50% more PCs than Vista in 2007

(http://www.electronista.com/articles/08/01/08/xp.on.more.pcs.than.vista/)

 

 

분명, 윈도우 비스타는 앞으로 더 많은 PC 에 설치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윈도우 Me 와 같이 역사 속으로 이름 자체가 사라지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윈도우 7 이 그 자리를 차지할 지도 모르니까요.(윈도우 Me 처럼 비스타가 쓰레기 운영체제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구글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의 대중화도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막는 주범이라고 생각됩니다.

과거에는 서비스를 위한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을 PC 에 설치해야 했지만 요즘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웹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저 같은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는 암담한 미래이지만, 실제로 대부분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죽어 가고 있습니다.

한때 Lotus 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Lotus Notes(IBM 에 팔리기 전) 는 정말 훌륭한 그룹웨어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훌륭한 프로그램이, 웹 서비스의 엄청난 성장으로 인해 거의 사장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그룹웨어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요즘에는 웹을 클라이언트로 선택하기 때문에 이 훌륭한 프로그램이 차지할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거죠.

웹은 정말 엄청난 속도로 클라이언트 어플리케이션을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체제의 개발과 상관없이 기업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이 웹으로 점점 대체되어 간다면, 더 이상 설치할 프로그램도 없어지고, 웹만 되면 되는, 누군가 이전에 그토록 원하는 Thin Client 가 만들어 지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 마지막 보루는 게임 정도겠네요.  이런 식으로 소프트웨어가 웹으로 통합되다 보면, 사용자가 윈도우에서(그 많은 소프트웨어를 보유했던) 맥으로의 전환도 한결 자유로워질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제 생각에는 웹 서비스의 개발도 비스타로의 이전을 막고 있는 큰 장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개인적으로 윈도우 XP 에 대한 만족도가 무척이나 높습니다. 여태까지 써본 운영체제 중 윈도우 XP 만큼 안정화 된(서비스 팩 2 이후에서야 겨우 안정화 되긴 했지만) 운영체제가 없는 거 같네요

 

윈도우 비스타도 SP1 이 테스트 중이니, 내년 정도면 써 볼만 할래 나요.

저도 언제까지 비스타를 설치 안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SP1 이후에는 큰 맘 먹고 UAC 끄고 한번 설치 해 볼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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