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7일, 파이어폭스 2 출시 이후 거의 3년 만에 불여우 3가 드디어 공식적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작년 11월에 파이어폭스 3.0b1 부터 계속 써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번 정식 버전이 별로 낯설지 않아 서운하더군요. ^^;
정식 버전 출시 후 그 동안 베타 버전에서는 호환성으로 문제가 되어 오던 많은 부가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해서 조금 편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오류가 있는지(오류 없는 프로그램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가끔씩 아래와 같은 창을 뱉어 내고 종료되네요.
프로그램 비정상 종료 정보를 서버로 올리는 거야 MS 가 이전 오피스 버전부터 해 오던 거라 그다지 신기할 게 없지만 “수정을 완료하면 이메일로 알림받기” 와 같이, 프로그램을 수정하면 오류가 난 사용자에게 수정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는 신선하네요.
얼마나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지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불여우 팀 파이팅 입니다.
불여우3를 출시하면서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프로그램 다운로드를 기네스북에 등재하기 위한 FireFox Download Day 였습니다.
결국 24시간 동안 전세계적으로 8백만 건의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네요.
현재까지 한국에서 다운받은 사용자의 숫자는 2008/6/25일 기준으로 113,599 정도입니다. 가깝지만 먼 이웃나라 일본은 1,036,824 으로 한국과는 앞자리에 숫자 하나가 더 있는 엄청난 차이네요.
저 같은 경우 집에 있는 PC 와 노트북, 회사 PC까지 혼자서 4대 정도를 바꿨으니 이번 다운로드에 꽤 공헌(?)을 한 편인데도, 전세계적인 불여우 바람에 비교할 때 턱도 없이 모자란 숫자인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한국의 불여우 박대에 대해 많은 분들은 ActiveX 탓을 합니다.
IE 에 특화된 ActiveX 때문에 불여우를 안 쓴다는 분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제 주위 개발자들을 봐도 불여우를 써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불여우가 좋다고 얘기해도 별 반응이 없더군요. IE7 을 사용하는데 별 불만 없기 때문에 굳이 새로 설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가깝게는 저희 집 사람도 제가 그렇게 교리를 전파했지만, 통하지를 않더군요.
ActiveX 때문이라고 한국 환경을 탓하기엔 뭔가 석연치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IE7 정도만 해도 꽤 쓸만한 브라우저라고 생각합니다.
그 유명한 웹 표준 Acid2 테스트도 제대로 통과 못하는 브라우저지만 속도도 괜찮고 UI 도 깔끔한 게, 기본적인 웬만한 기능은 사실 IE 만으로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만족한다고 봅니다.
특히 불여우3 출시를 앞두고 많은 분들이 불여우의 엄청난 속도 향상을 꼽으셨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불여우3 와 IE7 의 브라우징 속도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PC 에서 간단하게 몇몇 포털 사이트 별 접속 속도를 비교해 봤습니다.
동영상에서 보시듯, IE7 과 FF3 를 동시에 실행하고, 프로그램적으로 URL 을 키입력 시켜 자동으로 몇 가지 포탈을 접속시켜 봤습니다.
그림에서 가끔가다 제대로 서핑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브라우저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적으로 키입력을 강제하다 보니 가끔 포커스를 잃어버려 제대로 URL 전달이 안된 경우입니다.
동시에 두 브라우저에 URL 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타이머를 이용해 불여우에게 먼저 URL 을 전달하고 잠시 후 IE7 에게 URL 을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동영상만 가지고는 불여우가 IE7에 비해 속도면에서 월등히 뛰어나다는 걸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도 자주 가는 페이지를 IE 로 보나, 불여우로 보나 그다지 속도적인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외 불여우가 웹 표준을 더 잘 지킨다는 얘기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좀 공허한 면이 있습니다.
물론 웹 표준을 더 잘 준수해서 개발자들이 통일된 HTML/CSS 를 만들어 내고, 브라우저의 특성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건 좋지만요.
S/W 개발자도 윈도우 95부터 이어지는 수많은 윈도우 버전들 때문에 골머리를 싸메고 코딩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미래를 바라보고 코딩을 할 수 없듯이,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개발을 하는 우리들에게 과거에서 물려받은 유산들 –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IE 가 객관적으로도 모자라는 기능에 비해 불여우보다 월등히 사용자가 많은 이유는 승자독식사회 글에서 어느정도 설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여우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IE는 이미 브라우저 시장을 독식하고 있었고, 불여우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기능으로 사용자를 유혹하지 않는 한 IE 를 넘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국내사용자들은 IE 에 너무나도 친숙해 져 있는 상태인데다, 다른 브라우저의 필요성 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란 설명이죠.
그래서 FireFox Download Day 를 앞두고 그 많은 블로거들이 – 특히, 그리고 희한하게도 블로거들 사이에서 애플, 불여우, 아이폰 등은 정말 ~빠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 메타블로그를 뒤덮을 정도로 많은 글을 써대도 불여우 사용자가 미미한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닐까요.
어쨌든. 저는 불여우를 사용하면서 웹 서핑이 참 즐거워졌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불여우를 사용했으면 좋겠지만, IE 가 개떡 같아서 바꿔라는 말보다는, 기능적으로 좋은 점을 부각시켜 사용자를 늘리는 방향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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