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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책]칠드런 액트 - 이언 매큐언

by esstory 2016. 3. 27.
칠드런 액트 - 10점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한겨레출판

주인공 피오나 메이는 올해 59살로 영국 고등법원 가사부의 판사.

주로 이혼 소송이나 아동 보호와 관련된 소송을 다루고 매일 매일 중요한 결정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을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

["정의란 무엇인가"] 에서처럼 현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피오나가 맡은 어려운 재판들을 보면, 결론을 내려야 하는 최고 위치에 속한 사람의 심각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다.

샴쌍둥이로 태어난 두 아이 - 매슈와 마크 - 의 얄궂은 운명은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 할까.

한 아이의 신체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으면서 등으로 붙어 있는 다른 아이를 통해 모든 신체적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만약 두 아이를 떼어내지 않는다면 둘 다 죽을 것이고, 떼어낸다면 한 아이는 죽을 운명. 한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를 희생해야 하는가 아니면 둘다 죽어야 하는 운명인가.

작가 "이언 매큐언"은 주인공 피오나를 통해 논리적이고 아름다운 - 이 작가의 문체는 정말 예술이다 - 판결문을 제시한다.

 

사건의 큰 줄기는 2가지다.

첫 번째는 더 늦기 전에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는 남편 "잭" 의 늦바람(?) 이고

두 번째는 여호와의 증인을 믿는 백혈병에 걸린 17살 9개월의 '애덤'에 대한 생사 문제다.

 

첫 번째는 수 많은 이혼 법정에서 판사로서 사리를 판단했던 주인공 피오나에게 자신에게도 같은 잣대로 바라봐야 하는 수치스럽고 상류사회의 수근거림과 익숙하지 않은 홀로서기가 걸린 남은 생에 대한 문제이고,

두 번째는 수혈을 거부하는 종교적인 문제로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애덤'에게 그의 뜻대로 죽음을 안길 것인지 아니면 강제로 수혈을 할 것인지, 사흘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판결을 내야 하는 문제다.

 

어리지만 영특하고 시를 좋아하는 '애덤'을 살리기 위해 직접 만나 면담해 보기로 한 피오나는 덕분에 한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만, 생각지도 않은 '애덤' 의 짝사랑에 곤경에 빠지게 된다.

 

책의 줄거리는 크게 복잡하지 않지만, 문장 하나 하나가 마치 잘 지어진 작품을 보는 기분이고, 글로써 실제 현장 속을 보는 듯한 문장력은 왜 이 작가가 '동시대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 로 꼽히는 지 알 수 있다.

 

줄거리보다, 문장 하나 하나가 다시 읽고 싶은 소설. 강추한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나쁜 건 세월이 어떤 여자들을 위해 비축해 두는 특별한 모욕, 입꼬리가 아래로 처지면서 자리 잡는 한결같은 책망의 표정이었다. p35

피오나와 잭의 사랑 싸움(?) 속에 표현되는 부부싸움을 다루는 문장들. 조심스러운 화해의 과정들도 이 책을 보는 즐거움 중에 하나 ^^  (은근하고 느리지만, 미소 짓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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