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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책]몽환화 - 히가시노 게이고

by esstory 2016. 2. 5.
몽환화 - 10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비채

다작왕 히가시노 게이고가 10년동안 고민해서 만든 소설이다.

10년 전 한 잡지에 기재하기 시작한 연재 소설을 단권의 책으로 내기 위해 내용을 거의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 같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10년이면 소설의 배경 전체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는가)



"몽환화" 라는 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 묘하게 어울린다.

상상 속의 어떤 꽃에 대한 전설과 그 전설을 추적하는 소설인데 책을 읽는 중간까지는 설마 책의 장르가 판타지는 아니겠지 하며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다행히 판타지는 아니었다 ^^. 


이번 소설도 작년에 읽었던 그의 다른 소설들('공허한 십자가', '가면산장 살인사건')처럼 일반인 주인공이 마치 형사처럼 사건을 풀어가는 점에서 이전 작품과 많이 오버랩된다.


또한 소설 시작부터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여러 사건들을 기어이 하나의 뿌리로 모아가는 이야기 전개 방식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나 그의 다른 소설과도 많이 닮았다. 


개인적으로 그의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이제 뭔가 이야기를 풀어 가는 패턴이 보인다는 게 기쁘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하다^^


특히 이번 소설도 일반인 주인공들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본연의 학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수사를 해 가는 장면이나, 형사보다 나은 직관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 책의 줄거리는 탐정 소설을 좋아하는 일본만의 특징적인 문학 경향이 아닐까 갸우뚱하게 된다.


주인공 소타를 둘러싼 인물들의 잔인한 살인과 가족들의 수상한 행동들.

아키야마 리노를 둘러싼 사촌의 자살과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두 개의 서로 다른 큰 사건에 휘말린 두 사람 - 소타와 리노-은 어찌어찌 해서 서로 만나게 되고 전혀 관계가 없었던 두 사건이 결국 몽환화로 인해 벌어진 하나의 큰 사건이었음을 밝혀내는 세밀한 과정들은 "역시" 히가시노 소설이구나하고 감탄하게 만든다. 


주인공 소타가 "원자력" 관련 학업을 전공하면서도 취업을 걱정 (원자력 관련 직업은 더 이상 일본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분위기)하는 부분은 일본 사회의 원자력에 대한 반감이 드러나고, 에도 시절부터 내려오는 부모들의 업보들이 현세까지 내려와 자신의 길이라고 (당연히) 여기는 희한한 일본의 "가업" 문화는 아직도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일본의 한 모습 아닌가 싶다. 


작년에도 3권 이상 읽은 그의 소설이었는데 아직 책장에 읽어야 할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오사카 소년 탐정단", "라플라스의 마녀" 두 권이 더 남았다. 혹시나 비슷한 패턴에 질릴까봐 저 2권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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