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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사진/서울 경기 인천

15년을 함께한 니콘 D100

by esstory 2014. 6. 18.

일명 똑딱이 카메라만 사용하다가 큰 맘 먹고 DSLR 을 구입한 계기는 당시 여친이었던 지금의 집사람 때문이었다. ^^

똑딱이로 찍은 여행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찍어 볼까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쥐고 있던 니콘 D100

하지만 DSLR 만 구입한다고 크게 사진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초보자용 DSLR 렌즈라고 가게에서 추천한 25-80 번들렌즈도 같이 구입했는데, 조리개가 뭔지 셔터 속도가 뭔지 모르는 초보여서 이 비싼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음에도 똑딱이보다 못한 사진이 나와 처음에는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

크게 낙담을 하던 중 궁극의 여친 렌즈라 불리는 85mm 단렌즈를 만났다.

이건 조리개 3.5 정도 고정해 놓고 그냥 찍기만 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 모델만 좋으면 멋진 사진이 나와주었다.

내 능력하고는 상관없이 궁극의 인물 사진 렌즈 85mm 덕분.

하지만 85mm 렌즈 하나만 가지고는 한계에 금방 부딪혔다.

85mm 단렌즈 하나만 가지고 갔던 신혼여행은 풍경 사진이 거의 없고 대부분 인물 사진만 담아 왔던 것.

 

여친용 사진에서 여행용 사진으로

 

여행 사진으로는 85mm 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구입한 것이 35mm 단렌즈

줌 렌즈를 구입하지 않고 단렌즈를 구입했던 건 처음 사용했던 가변 조리개 줌 렌즈가 너무 결과물이 안 좋아서 지레 겁을 먹은 영향도 컸다.  

단렌즈 만의 고정 조리개. 복잡하지 않은 렌즈 구조로 인한 아름다운 선예도, 밝은 렌즈 등을 고려해 구입한 35mm 렌즈.

카페 렌즈라고 불리던 35mm또한 그 명성답게 실내에서 정말 좋은 사진을 뽑아내 주었다.

85mm처럼 아름다운 아웃포커싱은 조금 힘들어지지만 실내에서 이런 저런 물건 사진 찍을 때 이만한 렌즈가 없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여행 사진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35mm 렌즈 하나 믿고 유럽여행을 갔다가 커다란 성당의 대문만 찍고 온 것 ^^

오래도록 머리 속에 남기고 싶은 건물들을 부분 부분만 담아 오니 마음이 아팠다.

이후 구입한 렌즈는 탐론의 17-50 렌즈

줌 렌즈이지만 2.8 고정 조리개라서 줌을 하는 동안 조리개가 바뀌는 걱정이 없었고, 전문가들 평가가 아주 좋아서 선택한 렌즈.

역시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크롭 바디에서 17-50 화각이면 실제로는 1.5배 했을 때 일상생활 사진 찍는 데 큰 무리가 없어 점점 D100 에 17-50 을 들고 여행 가는 일이 잦아졌다.(물론 집에서 물건 사진 찍을 때는 여전히 35mm 지만)

그러다 작년 프라하로 여행할 때 드디어 광각 렌즈 토키나 11-16 렌즈를 구입했다.

17-50 렌즈로도 도저히 유럽 풍광을 담을 자신이 없어서 요즘 나오는 웬만한 DSLR 가격보다 비싼 비용을 주고 11-16 단렌즈를 구입한 것. 게다가 이 렌즈 역시 광각 렌즈치고는 드문 고정 조리개(실력이 딸려서 무조건 고정 조리개만 찾게 된다)

렌즈 가격이 만만치 않은 덕분에, 내 첫 렌즈이자,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 온 85mm 렌즈는 중고로 매각했다.

 

작년 프라하 여행은 100m 짜리 건물도 화면에 담아내는 광각 렌즈 덕을 톡톡히 봤다.

순간을 담는 스냅사진용으로는 힘들지만, 유럽이나, 얼마 전 다녀온 세부 플랜테이션 베이와 같은 리조트 내 풍광을 담는 데는 정말 좋은 렌즈.


15년 동안 5개의 렌즈를 거쳐갔지만 DSLR 바디는 바꾸지 않았다.

아직도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빛에 대한 이해도 한참 떨어지고

삼각대도 없어서 아름다운 야경 한 번 찍어 본 적이 없고

비싸게 구입한 스트로보는 산 지 얼마 안돼 액정이 깨진 채로 바디에 끼워본 적도 거의 없고 사용법도 잘 모른다. (결혼식에 몇 번 써 봤지만 생각한 대로 사진이 안 나와서 ㅠㅠ)

내가 봤을 때 지금 내가 좋은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은 바디 문제가 아니라 내 사진 실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늘 생각 했다.

물론 현역 15년이 넘은 니콘 D100 의 (소소한) 단점들도 제법 많다.

  • ISO 200 부터 시작한다 (대부분 ISO 100 부터인데)
  • 그냥 찍으면 기본 밝기가 어두워서 늘 한 step 밝게 해서 사용했다
  • 600 만 화소여서 촬영 이미지 파일이 크지 않다. 요즘은 모바일 폰도 QHD 가 나오는 시대다 보니 점점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 ISO 800 만 가도 엄청난 노이즈로 야간 촬영이 어렵다. 15년 전에 나온 광학 기술로는 화상 노이즈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심한 화질 저하로 ISO 보다는 밝은 렌즈나 스트로보가 필요하다.
  • 2GB CF 카드 사용 제한 - 4기가 CF 를 달았다가 배터리가 광탈하는 바람에 포기했다. 여행 갈 때는 2GB 짜리 CF 여러개를 들고 가는데, 물론 600 만 화소라 그리 많은 메모리 카드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 동영상 촬영 불가 - 사진만 잘 나오면 동영상은 크게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역시 동영상도 잘 활용해야 하고 나도 배워야 겠다고 생각 중
  • 연사 촬영 시 저장 시간이 너무 느려서 렉이 자주 걸림
  • 액정이 너무 작아 촬용한 사진 확인하는데 애로가 많았다. 액정이 정말 작고 화소가 안 좋아 결과물 확인을 제대로 하기 힘들어 PC 에서 확인해야 했다.

 

 

디지털 SLR (DSLR) 에서 15년이라는 세월을 생각하면 최근에 나오는 니콘의 최저가 DSLR 도 지금의 D100 보다 훨씬 나은 성능을 보인다.

하지만 기계의 완성도나 묵직한 손맛, 무엇보다 처음 사진을 알게 해 준 니콘 D100.

고마웠다.

(집 사람이 얼마 전 니콘의 초급자용 보급기 D3300 을 구입해 주는 바람에 D100 은 이제 거의 쓸 일이 없을 듯 하다.

DSLR 사용 15년차인데 초급기 D3300 만으로도 전혀 불만 없이 적응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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