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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책]아키텍트 이야기

by esstory 2007. 5. 3.

아키텍트 이야기
야마모토 케이지 지음, 이지연 옮김, 이용원 외 감수/인사이트

몇 년 전, 회사의 동료가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자의 정년은 마흔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 나이가 많아지면 그만큼 경륜이 생기는데도 관리직 일을 맡아 경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아왔다. 현재 가지고 있는 소망 중 하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장인 기술자로 남고 싶다는 것이다라고 얘기했던 것은 개발자들의 고민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취미로 프로그램밍하던 때는 즐거웠다. “hello world” 가 화면에 나오거나, 대화상자를 표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고, 맘껏 공부도 하고… [중략]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40, 50세가 되어서도 디버그를 하며 야근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승진하여 관리직에 올라, 예산과 근태 따위를 관리하고 싶을 리도 없다. 기술만 있으면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이 업계에 들어왔는데, 와서 보니 프로그래머 35세면 정년이라는 분위기가 지배한다


이런 얘기들로 이 책의 서두는 시작됩니다.

대한민국 개발자라면, 10여 년을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으로 지내온 저 같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공감하는 얘기이고,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요술방망이로 이 암담하기만 한 미래(적어도 저에겐 ㅠㅠ)를 밝혀 줄 수 있는지 이 책이 풀어가길 고대하고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책 제목처럼 아키텍트라는 새로운 직업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아키텍트란 시스템개발의 초기단계에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애플리케이션의 설계와 구현을 책임지며, 개발팀을 이끄는 말 그대로 프로젝트전체를 통찰하는 전지전능한 키맨을 뜻합니다.  요구분석단계에서부터 기술조언자로 참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프레임워크를 설계, 일부 구현까지 참석합니다. 구현단계에서는 프로그래머를 지휘하여(이 부분은 PM 과 역할이 겹치는 듯 한데) 테스트까지 문제 없이 이루어지도록 살피고 계획하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프로그래머와 관리자나 임원의 중간자로서 가교역할까지 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야 말로 슈퍼맨입니다 --;;

이 책은 이 슈퍼맨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명받아, 이를 요구분석하고 프레임워크를 설계하고, 초보 프로그래머를 구슬려 따라오게 한 다음 결국에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루게 한다는 줄거리로 전체 얘기를 풀어 갑니다. 

 

하지만 책 서두에서 언급한 암담한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빛을 이 책에서 찾기는 힘듭니다.  아키텍트라는 직업을 아직 국내에서는 찾기도 힘들거니와( 에 관련 내용이 언급된 적이 있습니다) 폭포수 모델, 애자일, XP 프로그래밍, ** 팩토링, J2EE 등 웬갖 분야를 다 커버하는 다양한 지식을 갖춘 한 명의 슈퍼맨이 탄생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이 책은 이러한 전문지식을 어떻게 쌓고 경력을 가꿔가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 없이, 아키텍트가 하는 업무에 대한 얘기만 있습니다.(슈퍼맨의 업무 ㅠㅠ)

 

차라리 기술사같이 전문 학원에 들어가 6개월 ~ 2년 열심히 투자하면(투자하는 동안 회사 일은 제대로 할 리 없고) 향후 10~20년이 보장된다는 얘기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건 제가 아직은 제대로 된 SI 업체에서 일하지 않았거나 지식이 짧은 탓일까요..

 

1990년 겨울에 디스켓 2장짜리 터보파스칼로 시작한 프로그래머로서의 길이 앞으로 10년이든 20년이든 후회하지 않은 선택이었기 간절히 바래보면서 보다 현실적이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다른 책을 찾아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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